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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되면 재계가 우려하는 대로 우리 기업들은 다 망하게 될까? 아직 모른다. 가본 적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법이 노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 될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불확실한 만큼 국민 여론도 분분하다. 한국갤럽이 8월29일 공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각각 42%와 38%였다. 모름·무응답은 20%였다. 2030세대에선 찬성과 반대가 팽팽했다. 4050세대에선 찬성이, 60대 이상은 반대가 더 많았다. 흡사 기존 세대별 정당 지지율을 간판만 바꿔놓은 듯한 형태다.
노동시장에서 개인의 지위는 생애주기에 따라 변화 던파할인이벤트 한다. 40~50대는 회사는 물론 노동조합에서도 주력인 세대다. 60대 이상은 은퇴를 해 노동조합의 보호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 노동조합 권한 강화에 따르는 유불리는 세대마다 다를 수 있다. 여론은 직업에 따라서도 엇갈렸다. '사장님'이 많은 자영업자나 구직을 앞둔 학생들은 반대가 많았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찬성이 우세했다. 정치 성향도 어느 정도 영향을 상담신청 미쳤겠지만, 기본적으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노란봉투법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8월27일 네이버와 네이버 손자회사 6개 법인 노동조합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2025년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 복지 개선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 영세사업자 뉴시스


"금속노조 싫어서 금속 노동자(기계)로 대체"
흥미로운 건 청년층의 응답이었다. 노란봉투법은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이 40대 이상에선 노란봉투법 찬반 여론과 비례했다. 찬성이 많은 4050세대는 긍정 모기지 적 영향을 줄 거라고 답했고, 반대가 많은 60대 이상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걸로 내다봤다. 그런데 찬반이 비등비등했던 18~29세와 30대에선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거라는 응답이 각각 47%, 45%로 긍정적일 거라는 응답(각 22%, 25%)보다 무려 두 배가량 높았다. 2030세대에선 노란봉투법 찬성 여부와 별개로 이 법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 대학생학자금대출방법 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걸 핵심 골자로 한다. 6개월여 후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 기업과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파업에 따르는 손해배상 청구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2009년 발생한 쌍용차 사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쌍용차 사태와 같은 무력 충돌을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조항이 상징적 의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걸로 전망한다. 일단 요즘은 폭력을 수반하는 파업에 대한 여론이 매우 나빠져 과거처럼 사업장을 모두 때려부수는 일 자체가 많이 없어졌고, 불법 파업에 대한 처벌 근거(노조법 제42조)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우려는 이보다는 기업 활동 자체가 위축되고, 얼마 안 남은 취업 기회마저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데 있다. 사실 기업으로선 과거와 달리 대안이 많아진 상태다. 먼저 자동화 수준이 높아졌다. 현대차가 미국에 지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대표적인 사례다. 로봇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메타플랜트의 모습은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사람(약 880명)보다 로봇(약 1000대)이 더 많다. 연간 10만 대를 생산하고 있는 이 공장의 생산량당 사람 수는 울산공장의 3분의 1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6000달러 수준이다. 미국은 9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차이에도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건 소비시장이 커서만이 아니다. 공장을 짓더라도 사람을 안 쓰면 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싫어서 금속 노동자(로봇)로 고용을 대체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제 질서의 변화는 또 다른 변수다. 세계화로 일자리를 잃은 중산층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미국 같은 선진국들은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펴고 있다. 트럼프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다.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역시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며 공장을 불러들이지 않았던가. 외국이 채찍(관세)과 당근(보조금)으로 공장을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은 분명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청년들, '고용 안정'보다 '기회 확대' 더 중시
이재명 대통령은 소년공 출신답게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추진 중이다. 노란봉투법 처리는 물론, 산업재해 해결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임금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주 4.5일제)과 정년 연장도 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의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변경하겠다고도 했다. 노동 존중 의미를 강조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근무 환경을 바꿔나가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혜택을 특정 집단만 누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건 본질적으로 '사다리 걷어차기'와 다르지 않다.
노란봉투법에 찬성하는 측은 이번 법 통과로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교섭권이 부여되며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 간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말하지 않는 게 있다. 하청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주체 중에는 원청 노동자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원청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하청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들과 자원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관행을 되짚어보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법은 결국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 효과는 미미하고 조직이 잘된 대기업 정규직의 목소리만 키우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청년들은 노조 파업권 강화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신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시선으로 노란봉투법을 바라보고 있다. 이 세대는 고용 안정보다 기회 확대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애당초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세대이기도 하거니와, 한국 사회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이후 사회에 진출해 성장의 기회 자체를 좀처럼 누려보지 못한 세대라는 이유에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노란봉투법 통과로 논쟁이 일자 "우려의 상당 부분은 과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요 기업이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법을 다시 개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이야기다. 정책은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기회를 잃게 된 청년들의 삶은 되돌릴 수 없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